1. 다낭 한시장의 달콤한 유혹, 내 캐리어를 채운 것이 설마 폐타이어 맛 젤리였을 줄이야
베트남 다낭 공항에 내리자마자 훅 끼쳐오는 습하고 뜨거운 공기는 언제나 여행자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수많은 오토바이 부대와 경적 소리, 그리고 길거리에서 피어오르는 쌀국수 육수 냄새가 섞인 그 복작거리는 풍경 속에 뛰어들면 비로소 일상을 탈출했다는 해방감을 맛보게 됩니다.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은 호캉스나 유적지 탐방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지인들에게 나누어 줄 여행 기념품을 잔뜩 쟁여오는 것이 아주 중요한 미션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한국인들 사이에서 없어서 못 판다는 전설의 간식,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극강의 망고 맛을 자랑한다는 탑젤리를 구매하기 위해 저는 전투적인 자세로 다낭 한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풍겨오는 라탄 백의 냄새와 건어물 냄새가 뒤섞인 그곳은, 한국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와 마치 서울의 남대문 시장을 옮겨 놓은 듯한 친숙함마저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좁은 시장 통로를 지나다 보면, 화려한 색감의 아오자이들 사이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젤리 봉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상인들은 지나가는 저를 붙잡으며 "언니, 싸요, 맛있어요, 먹어봐요"라며 서툰 한국어로 끈질기게 호객 행위를 하는데, 그 활기찬 분위기에 취해 저도 모르게 지갑을 열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시식용이라며 건네준 젤리 조각은 분명 달콤하고 쫀득했는데, 그 맛에 홀려 저는 흥정도 잊은 채 대량 구매를 감행하고 말았습니다. 캐리어의 절반을 채울 만큼 넉넉하게 샀다는 뿌듯함에 호텔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벼웠고, 한국에 돌아가 친구들에게 이 맛있는 걸 나눠줄 생각에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습니다. 땀 식힐 겸 들어간 카페에서 달달한 코코넛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샀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알뜰한 여행자라 칭찬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 뿌듯함이 처참한 배신감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숙소인 푸라마 리조트 다낭에 도착해 에어컨 바람 아래서 짐을 정리하다가, 당 떨어지는 기분에 무심코 젤리 봉지 하나를 뜯어 입에 넣었을 때였습니다. 입안 가득 퍼져야 할 향긋한 망고 향 대신, 정체불명의 인공적인 화학 약품 냄새가 코를 찔렀고, 부드럽게 씹혀야 할 식감은 마치 질긴 고무줄을 씹는 듯 턱이 아플 정도로 딱딱했습니다. 순간 '아, 날씨가 너무 더워서 젤리가 변질되었나?' 하는 순진한 생각을 잠시 했지만, 유통기한은 분명 넉넉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보다는 밍밍하고 불쾌한 식감만 남았고, 결국 저는 씹던 것을 뱉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품질 불량이 아니라, 여행 커뮤니티에서 괴담처럼 떠돌던 바로 그 가짜 탑젤리에 제가 당했다는 사실을 직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너무나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침대 위에 젤리 봉지들을 전부 쏟아붓고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인터넷에서 보던 유명한 그 제품과 포장지가 똑같아 보였지만, 자세히 뜯어보니 미세하게 인쇄 상태가 조잡하거나 색감이 바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봉지는 밀봉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끈적한 내용물이 새어 나오고 있었는데, 시장통의 어두운 조명 아래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디테일들이었습니다. 짝퉁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동남아 시장이라지만, 먹는 음식을 가지고 이렇게 정교하게 소비자를 기만할 수 있다는 사실에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만약 이 사실을 모른 채 회사 동료들이나 어린 조카들에게 선물로 돌렸다면, "베트남 가서 싸구려 불량식품 사 왔다"는 오명을 쓰고 인간관계까지 서먹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겪은 이 황당한 사건은 비단 저만의 불운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건, 곧바로 스마트폰을 켜고 여행 카페에 접속한 뒤였습니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자마자 저와 똑같은 피해를 호소하는 수많은 글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어떤 분은 박스째로 샀다가 전부 버렸다는 사연도 있었고, 또 어떤 분은 선물했다가 맛이 이상하다는 핀잔을 들었다는 슬픈 후기도 있었습니다. 댓글들을 읽어 내려가며 저는 이것이 조직적으로 유통되는 모조품이며,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시장 상인들조차 가짜와 진짜를 섞어서 팔거나, 아예 가짜인 줄 모르고 떼다 파는 경우도 있다는 충격적인 정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즐거워야 할 여행의 추억이 사기당했다는 불쾌한 기억으로 얼룩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예전 나트랑 여행 때 묵었던 인터컨티넨탈 나트랑 클럽 라운지에서 웰컴 푸드로 제공되었던 망고 젤리는 정말 천상의 맛이었습니다. 그때 그 고급스러운 풍미와 부드러운 목 넘김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이번 시장표 가짜 젤리가 주는 충격은 더욱 컸는지도 모릅니다. 진짜 탑젤리는 과즙이 풍부하게 터져 나오며 입안에서 결대로 찢어지는 듯한 식감이 특징인데, 제가 산 가짜는 젤라틴 덩어리에 설탕을 들이부어 억지로 굳힌 듯한 조악한 맛이었습니다. 미각이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한 번만 비교해서 먹어보면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그 퀄리티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습니다. 여행지에서 1~2천 원 아끼려다가 기분을 망치고 쓰레기만 잔뜩 안고 가는 꼴이 된 것입니다.
억울한 마음에 잠이 오지 않아, 저는 남은 여행 기간 동안 이 '가짜 젤리 감별사'가 되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단순히 운이 나빠서 걸린 것이 아니라, 명확한 구별법을 익혀서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오기가 발동한 것입니다. 다음 날 다시 시장을 찾았을 때, 제 눈에는 전날 보이지 않았던 상인들의 미묘한 표정과 진열대 구석에 숨겨진 박스들의 차이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관광객들이 흥정하느라 정신없는 틈을 타 슬쩍 비닐봉지에 담아주는 물건이 진열된 것과 다른 상품일 수 있다는 의심을 품고 관찰하니, 그제야 그들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웃으며 "서비스, 서비스"를 외치는 그 친절함 뒤에는 재고 처리를 위한 교묘한 상술이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Coowy'와 'Coowey', 혹은 'Top Fruit'과 'Top Jelly'의 차이를 알고 계십니까? 언뜻 보면 같은 브랜드 로고처럼 보이지만, 알파벳 철자 하나를 교묘하게 바꾸거나 폰트를 살짝 비틀어 소비자의 눈을 속이는 전형적인 카피 제품들이 시장에 판을 치고 있습니다. 제가 구매한 제품도 자세히 보니 정품 브랜드명이 아닌 아주 비슷한 철자의 짝퉁 브랜드였는데, 포장지의 망고 그림 위치나 색감마저 거의 흡사해 돋보기를 쓰고 보지 않는 이상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심지어 원산지 표기나 성분 표시가 베트남어가 아닌 정체불명의 언어로 적혀 있거나 아예 누락된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상표권 침해를 넘어, 위생이 검증되지 않은 식품을 섭취하게 되는 안전 문제와도 직결되는 심각한 사안입니다.
하지만 절망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다행히도 정품 제조사 측에서도 이러한 짝퉁 문제를 인지하고, 소비자들이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몇 가지 강력한 보안 장치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그중 가장 확실하고 배신하지 않는 증거가 바로 빛의 각도에 따라 영롱하게 빛나는 정품 홀로그램 스티커입니다. 마치 위조지폐를 감별하듯, 젤리 봉지 겉면에 붙어 있는 이 작고 반짝이는 스티커 하나만 제대로 확인할 줄 알아도 우리는 가짜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습니다. 시장 상인이 아무리 "이거 진짜야, 믿어"라고 호소해도,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한 홀로그램이 없다면 과감하게 돌아서야 합니다.
이제부터 제가 수업료를 톡톡히 치르고 배운, 실패 없는 망고젤리 쇼핑의 모든 노하우를 여러분께 낱낱이 공개하려 합니다. 단순히 "포장지를 잘 보세요" 정도의 뻔한 조언이 아닙니다. 홀로그램의 위치와 모양은 물론, 포장지 재질의 촉감 차이, 젤리 개별 포장의 디테일, 그리고 심지어 맛을 보지 않고도 무게감으로 구별하는 방법까지,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실전 꿀팁들을 준비했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신다면, 여러분은 더 이상 다낭이나 나트랑의 시장 통에서 호구 잡히는 관광객이 아니라, 매의 눈으로 진품만을 골라내는 스마트한 여행 고수가 되어 귀국길 캐리어를 당당하게 채우실 수 있을 것입니다. 자, 그럼 이제 고무 맛 젤리와의 작별을 고하고, 진짜 망고의 달콤함 속으로 함께 빠져보시겠습니까?
2. 짝퉁 감별사로 거듭난 썰, 홀로그램 하나면 당신도 '젤리 소믈리에' 등극
억울함에 밤잠을 설친 다음 날 아침, 저는 조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곧장 숙소 근처에 있는 롯데마트 다낭점으로 달려갔습니다. 시장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그리고 도대체 '진짜'는 어떻게 생겼는지 그 표준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마트 진열대에서 정가에 판매되고 있는 탑젤리를 발견했을 때, 마치 잃어버린 가족을 찾은 듯한 반가움마저 들었습니다. 확실히 시장 난전에서 굴러다니던 것들과는 때깔부터 달랐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포장지의 인쇄 상태였습니다. 가짜가 물 빠진 듯 흐릿하고 조잡한 색감을 띠고 있었다면, 정품은 눈이 시릴 정도로 선명한 노란색과 초록색이 조화를 이루며 '나 싱싱한 망고로 만들었어!'라고 외치는 듯했습니다.
마트에서 산 정품을 들고, 저는 다시 한시장으로 향하는 그랩(Grab)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번에는 호구 잡히는 관광객이 아니라, 진실을 파헤치는 탐정의 마음가짐으로 무장한 상태였습니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정품 봉지를 이리저리 뜯어보며 발견한 결정적인 단서, 그것은 바로 브랜드 로고인 'Coowy' 마크 옆에 붙어 있는 은색의 원형 스티커였습니다. 빛을 비추는 각도에 따라 무지갯빛으로 영롱하게 반짝이는 이 홀로그램이야말로, 가짜들이 감히 흉내 내지 못하는 정품만의 신분증이었습니다. 시장에서 샀던 가짜 봉지에는 이 스티커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빛 반사가 없는 단순한 회색 인쇄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무릎을 쳤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장 통로에 들어서자 상인들의 호객 소리가 다시 들려왔지만, 제 귀에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제 시선은 산더미처럼 쌓인 젤리 봉지의 우측 상단, 바로 그 홀로그램의 유무에만 꽂혀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진열된 상품의 절반 이상은 홀로그램이 없는 'Top Fruit'이나 철자가 교묘하게 다른 유사품들이었습니다. 제가 한 상점 앞에 멈춰 서서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고 홀로그램을 비춰보자, 주인아주머니의 눈빛이 순간 흔들리는 것을 포착했습니다. "이거 가짜죠?"라고 묻는 대신, 저는 말없이 홀로그램이 없는 봉지를 내려놓고 진짜가 있는 구석 쪽을 가리켰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진열대 깊숙한 곳, 혹은 의자 밑에 숨겨두었던 박스에서 홀로그램이 번쩍이는 진짜 탑젤리를 꺼내 주었습니다.
이 홀로그램 외에도 정품을 구별하는 또 하나의 촉각적 단서는 바로 포장지의 재질입니다. 가짜 제품의 포장지는 만져보면 비닐이 얇고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경박하게 나는 반면, 정품은 훨씬 두께감이 있고 묵직하며 손에 잡히는 그립감이 부드럽습니다. 마치 고급 과자 봉지를 만지는 듯한 매트(Matte)한 질감이 느껴지는데, 이는 습기가 많은 베트남 날씨로부터 젤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조사의 세심한 배려이기도 합니다. 또한, 봉지 뒷면을 돌려보면 유통기한과 성분 표시가 또렷한 검은색 잉크로, 지워지지 않게 꼼꼼히 레이저 마킹이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짜는 손톱으로 살짝만 긁어도 날짜가 지워지거나, 아예 인쇄가 번져 있어 읽을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포장지를 뜯었을 때 풍겨 나오는 냄새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났습니다. 정품은 봉지를 여는 순간 잘 익은 애플망고 특유의 달콤하고 진한 향기가 확 퍼지며 침샘을 자극합니다. 하지만 가짜들은 역한 플라스틱 냄새나 저렴한 방향제 같은 인공 향이 먼저 코를 찔러 미간을 찌푸리게 만듭니다. 젤리 하나하나를 감싸고 있는 개별 포장지 역시, 정품은 손으로 쉽게 찢어지는 이지 컷(Easy Cut) 처리가 잘 되어 있는 반면, 가짜는 비닐이 질겨서 이으로 물어뜯어야 겨우 열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행지에서 선물용으로 산 젤리가 잘 뜯어지지 않아 끙끙대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그 자체로 이미 실패한 선물이 되는 셈입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를 더하자면, 제가 시장을 돌며 너무 꼼꼼하게 검수하자 주변 한국인 관광객들이 하나둘 제 주위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졸지에 저는 시장 한복판에서 즉석 강연을 열게 되었고, 아주머니들에게 "이 반짝이는 스티커를 꼭 확인하셔야 해요"라며 홀로그램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그중 한 신혼부부는 이미 가짜를 잔뜩 샀다가 제 설명을 듣고 기겁을 하며 환불하러 달려가기도 했습니다. 상인들도 처음에는 저를 귀찮아하는 눈치였지만, 나중에는 "이 언니 선수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는 아예 처음부터 진짜 물건만 보여주는 솔직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대접받는 것이 여행의 불문율인가 봅니다.
사실 가격적인 면에서도 의심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시장에서 터무니없이 싼 가격, 예를 들어 한 봉지에 2만 동(약 1,100원) 이하로 부르는 곳은 일단 의심해보아야 합니다. 정품은 원가 자체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흥정을 잘해도 떨어질 수 있는 마지노선이 존재합니다. 보통 시장 시세로 2만 5천 동에서 3만 동 사이가 적정선이며, 5봉지나 10봉지 묶음으로 살 때 약간의 할인이 들어가는 정도입니다. "5개 사면 2개 더 줄게"라며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다면, 그 덤으로 주는 2개가 가짜일 확률이 매우 높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재고일 수 있으니 반드시 그 자리에서 덤으로 주는 물건까지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젤리의 모양도 자세히 보면 다릅니다. 정품 탑젤리는 표면에 설탕 입자가 아주 곱게 묻어 있고 젤리 자체가 반투명하여 속이 은은하게 비칩니다. 씹었을 때 겉은 사각거리는 설탕 식감이 느껴지고 속은 쫀득하면서도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반면 가짜는 설탕 입자가 너무 굵어 모래를 씹는 듯하거나, 젤리 색이 탁하고 불투명하여 고무지우개 같은 느낌을 줍니다. 심지어 어떤 가짜는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제각각 찌그러져 있어, 육안으로만 봐도 식욕이 떨어지는 비주얼을 자랑합니다. 입에 넣기 전 눈으로 먼저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젤리의 영롱함 자체가 다릅니다.
물론, 시장의 매력은 흥정에 있고 북적이는 분위기에 있지만, 위생과 품질이 보장되어야 하는 식품만큼은 검증된 마트를 이용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수 있습니다. 다낭에는 롯데마트 외에도 빅씨 마트(GO! Mart) 나 빈마트(WinMart) 같은 대형 슈퍼마켓들이 잘 갖춰져 있어, 정가로 마음 편하게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저처럼 시장 특유의 활기를 즐기고 싶고,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득템하고 싶은 모험심 강한 여행자라면, 앞서 말씀드린 홀로그램 확인법만 잘 숙지하셔도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진짜를 손에 넣었을 때의 그 짜릿한 성취감은 덤으로 따라오는 선물입니다.
결론적으로, 다낭 한시장에서의 젤리 쇼핑은 일종의 심리전이자 보물찾기와도 같습니다. 상인들은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가짜를 섞어 팔려 하고, 우리는 그 속에서 진짜를 찾아내야 하는 미션이 주어지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마냥 스트레스인 것만은 아닙니다. 상인과 눈을 맞추며 "노 페이크(No Fake), 온리 리얼(Only Real)!"을 외치고, 진짜를 찾아냈을 때 서로 웃으며 엄지를 척 들어 올리는 그 순간, 우리는 단순한 판매자와 구매자의 관계를 넘어 여행이라는 공통분모 위에서 소통하게 됩니다. 여러분도 이 '홀로그램의 비밀'을 무기 삼아, 다낭의 시장통을 누비며 달콤한 전리품을 쟁취하는 쾌감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팁을 하나 더 드리자면, 구매한 젤리는 그 자리에서 바로 봉투에 담지 말고, 보는 앞에서 박스 테이핑을 해달라고 하거나 본인이 직접 가방에 넣는 것이 좋습니다. 드물긴 하지만, 계산하는 도중에 봉지를 슬쩍 바꿔치기하는 손기술을 쓰는 경우도 있다는 괴담 같은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싶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고 했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여행 경비와 지인들의 입맛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이제 여러분은 탑젤리 전문가가 되셨으니, 자신 있게 시장으로 돌진하셔도 좋습니다!
3. 흥정의 기술과 시세의 진실, 그리고 숨겨진 보물 '믹스 맛' 공략하기
이제 진품과 가품을 구별하는 '매의 눈'을 장착하셨다면, 본격적으로 시장의 정글 속으로 뛰어들어 합리적인 가격에 전리품을 획득할 차례입니다. 다낭 한시장은 기본적으로 정찰제가 아닌 흥정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곳이기에, 적정 시세를 모르고 갔다가는 소위 '바가지'를 쓰거나, 너무 깎으려다 상인의 기분을 상하게 해 질 나쁜 물건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 2024년, 2025년 기준으로 여행객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정품 탑젤리의 시세는 한 봉지(320g 기준)에 대략 2만 5천 동에서 3만 동 사이입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300원에서 1,600원 정도인데, 만약 상인이 이보다 훨씬 낮은 2만 동(약 1,100원) 이하를 부르며 유혹한다면, 그것은 십중팔구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가짜가 섞인 미끼 상품일 가능성이 농후하니 뒤도 돌아보지 말고 자리를 뜨셔야 합니다.
물론, 다섯 봉지나 열 봉지 단위로 대량 구매를 할 때는 과감한 네고(Negotiation)가 가능합니다. 저는 회사 동료들과 나누기 위해 총 20봉지를 구매했는데, 계산기를 두드리며 상인과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인 끝에 봉지당 2만 4천 동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무조건 "깎아달라"고 조르는 것이 아니라, "나는 시세를 알고 있고, 진짜가 아니면 안 산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상인들도 딱 보면 초보인지 고수인지 알기 때문에, 홀로그램을 먼저 확인하고 시세를 언급하는 손님에게는 섣불리 장난을 치지 못합니다. 대량 구매 시에는 반드시 서비스로 작은 젤리나 건망고 한두 개를 더 챙겨달라고 애교 섞인 흥정을 시도해보는 것도 시장 쇼핑만의 쏠쏠한 재미입니다.
망고 맛이 압도적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진정한 젤리 마니아라면 '믹스(Mix) 맛'에도 도전해 보시길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망고, 딸기, 포도, 사과 등 다양한 과일 맛이 한 봉지에 들어 있는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이 제품은 골라 먹는 재미가 있어 아이들이 있는 집 선물용으로 제격입니다. 특히 믹스 봉지 안에 들어 있는 포도 맛 젤리는 마이구미보다 훨씬 진하고 깊은 풍미를 자랑하며, 딸기 맛은 새콤달콤함의 밸런스가 절묘해 망고 젤리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저는 숙소였던 하 이안 비치 호텔 앤 스파의 오션뷰 테라스에 앉아 맥주 안주로 이 믹스 젤리를 하나씩 까먹었는데, 짭짤한 감자칩과 달콤한 과일 젤리의 조합인 '단짠단짠'의 매력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던 기억이 납니다.
쇼핑 장소로 한시장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점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시장이 관광객 중심이라 접근성이 좋고 한국어가 잘 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호객 행위가 심하고 가격 거품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면,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꼰시장(Chợ Cồn)은 한시장보다 조금 더 로컬스러운 분위기에서 저렴하게 물건을 구할 수 있는 숨은 명소입니다. 이곳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짝퉁 젤리보다는 현지인들이 실제로 먹는 간식거리가 많아, 오히려 가짜 걱정 없이 정직한 물건을 만날 확률이 높습니다. 다만 영어나 한국어가 잘 통하지 않을 수 있으니, 계산기에 숫자를 찍어가며 소통하는 바디랭귀지의 기술이 필요하지만, 그 과정조차도 여행의 날것 그대로를 느끼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만약 흥정 스트레스가 싫고, 더운 날씨에 땀 흘리며 시장을 돌아다니는 것이 고역이라면, 앞서 언급했던 롯데마트나 빈마트 같은 대형 마트를 이용하는 것이 정신 건강상 가장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마트에서는 시세보다 약간 비싼 3만 5천 동에서 4만 동 정도에 판매되지만, 쾌적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100% 정품을 믿고 살 수 있다는 점은 큰 메리트입니다. 특히 부모님을 모시고 온 효도 여행이거나 어린아이와 함께하는 가족 여행이라면, 복잡하고 냄새나는 시장보다는 깔끔하게 정리된 마트에서 여유롭게 쇼핑 카트를 미는 것이 훨씬 만족도가 높습니다. 여행의 목적이 '최저가 사냥'이 아니라 '편안한 휴식'이라면, 몇백 원의 차이는 쾌적함의 비용으로 지불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젤리를 구매한 후, 한국으로 가져오기 위해 짐을 쌀 때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젤리는 생각보다 밀도가 높아 무게가 꽤 많이 나가는 품목 중 하나입니다. 신난다고 30봉지, 40봉지씩 담다 보면 순식간에 수하물 허용 무게인 15kg이나 23kg을 초과해 공항에서 짐을 다시 풀어헤치는 불상사를 겪을 수 있습니다. 저는 휴대용 손저울을 챙겨가서 호텔에서 미리 무게를 체크했는데, 젤리만 10kg이 넘어가는 것을 보고 기겁하여 급하게 기내 수하물로 분산시켰던 아찔한 기억이 있습니다. 수하물 규정을 미리 확인하고, 젤리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겉 포장지에 바늘 구멍을 살짝 내어 공기를 빼거나, 아예 겉봉투를 제거하고 지퍼백에 내용물만 담아오는 것도 부피를 줄이는 꿀팁입니다.
또한, 베트남의 젤리는 더위에 약해서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녹아서 서로 들러붙거나 식감이 흐물흐물해질 수 있습니다. 귀국 후에는 반드시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하며, 가장 맛있게 먹는 비법은 바로 냉동 보관입니다. 젤리를 얼리면 딱딱해지는 것이 아니라, 쫄깃함이 배가되어 마치 떡과 젤리의 중간 식감인 '찰떡 아이스' 같은 느낌으로 변신합니다. 시원하게 얼린 망고 젤리는 무더운 여름날 아이스크림 대용으로도 훌륭하며, 손님 대접용 다과상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고급 디저트가 됩니다. 저는 냉동실 한 칸을 젤리 전용 칸으로 비워두고,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하나씩 꺼내 씹으며 베트남 여행의 추억을 되새기곤 합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포장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드문 경우지만, 앞에서 물건을 확인하고 돈을 지불한 뒤 상인이 봉투에 담아주는 과정에서 미리 준비해둔 가짜 봉지와 바꿔치기를 당했다는 피해 사례도 종종 들려옵니다. 너무 의심하는 것 같아 미안할 수도 있지만, 계산이 끝난 물건은 상인에게 맡기지 말고 본인이 직접 챙겨서 가방에 넣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내가 직접 담을게(I will pack it)"라고 웃으며 말하고 주도권을 가져오세요. 상인이 박스 테이프를 칭칭 감아준다고 호의를 베풀 때도, 그 박스 안에 내가 고른 물건이 정확히 들어가는지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는 것이 내 돈과 물건을 지키는 확실한 방법입니다.
혹시라도 귀국 후에 젤리가 남거나 지인들에게 나눠줄 때, 그냥 툭 던져주는 것보다 이 젤리가 얼마나 구하기 힘든 '진품'인지 스토리를 곁들이면 선물의 가치가 더욱 올라갑니다. "이거 베트남 시장에서 가짜가 판을 치는데, 내가 홀로그램 하나하나 확인해서 구해온 귀한 거야"라고 너스레를 떨며 건네보세요. 받는 사람은 당신의 정성과 노력에 감동할 것이고, 그 젤리의 맛을 더욱 특별하게 느낄 것입니다. 작은 젤리 하나에도 여행자의 땀과 노력, 그리고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기념품이 주는 진정한 즐거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끔 인터넷 쇼핑몰이나 직구 사이트에서 베트남 현지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는 탑젤리를 볼 때가 있습니다. 현지에서 1,500원이면 사는 것을 한국에서는 배송비 포함 5,000원 이상 주어야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캐리어 빈 공간에 젤리를 더 채워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베트남 여행을 자주 가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젤리는 보일 때, 살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쟁이는 것이 남는 장사"라는 말이 격언처럼 돌기도 합니다. 한정된 무게 안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는 것, 이것이 바로 여행 고수들이 젤리 쇼핑에 목숨을 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젤리 쇼핑을 마친 후에는 근처 콩카페에 들러 시원한 코코넛 스무디 커피 한 잔으로 당을 충전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 양손 가득 묵직한 쇼핑 봉투를 들고 마시는 달달한 커피는 쇼핑 전쟁을 치른 승리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과도 같습니다. 시장의 소음과 열기, 그리고 상인들과의 유쾌한 실랑이 뒤에 찾아오는 그 나른한 휴식 시간은 다낭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행복한 순간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스마트한 쇼핑 전략까지 모두 전수받으셨으니,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최고의 젤리를 손에 넣으실 준비가 되었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 맛있는 젤리와 함께 즐기면 좋은 베트남의 또 다른 먹거리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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